[ 심리치료 대학원에 가기로 결심하다 ]
소아물리치료사로 일한 지 올해로 10년 차. 연차가 올라갈수록 아이와 보호자를 만나는 부담은 덜해지지만 어려움과 회의감은 더 커졌다. 아이들과 놀아주며 정상발달을 할 수 있도록 치료를 하지만 30분 안에 조금의 기능적 효과라도 내야 하는 게 나의 일이므로 가끔은 혼을 내며 밀어붙일 때도 있었다. 또한 점점 뇌성마비, 지체장애 이외의 지적, 자폐, 원인 모를 발달지연 아이들이 많아지며 이들의 행동과 마음을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생겼다.
그리고 보통 내가 만났던 발달지연이나 뇌성마비 아이들은 영유아 시기부터 물리, 작업치료 등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낸다. 당장 해결해야 하는 치료적 영역이기 때문에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자라면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존감이 부족해지는 친구들도 생기곤 하였다. 그리고 보호자의 양육방식에 따라 아이들의 발달수준이 다양해지는 것을 경험하며 심리가 불안정한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이를 해결해주고 싶던 마음이 커졌다.
이렇게 치료사로서 어려움이 커지고 심리 쪽으로 관심이 생기면서 숙명여대 심리치료 대학원 놀이치료학과에 대해 알게 되었다. 사실 알게 된 시기는 2년 전이였지만 다시 공부할 용기가 나지 않아 머뭇거리다 10년 후 내 모습을 생각했을 때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에 준비하기로 결심했다.
[ 면접 준비하기 ]
입학하기 위해서는 학부 성적이 필요했고 면접을 봐야 했다. 면접에서는 지원동기뿐만이 아니라 원서에 대한 해석을 해야 했다. 먼저 공부하기 위해 주말이나 퇴근 이후 ‘놀이치료’, ‘놀이의 치료적 힘’ 한글판 책을 읽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지원하는 것에 대한 확신이 없었지만, 책을 보며 더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 같다. 시험이 다가오기 직전에는 원서를 해석하는 연습을 했다. 사실 시험 직전에는 시간이 많이 없어서 원서를 아무 페이지나 펼친 후 바로 해석해보는 연습을 했었다. (*개인적으로 이 연습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면접 이틀 전 너무 자신이 없어 포기를 할까 엄청나게 고민했었다. 그때 옆에서 누군가가 떨어지더라도 후회없이 꼭 면접을 보라는 응원을 해주었고 용기를 내어 면접을 가게 되었다.
[ 긴장되지만 따뜻했던 면접 분위기 ]
추운 날 구두를 오랜만에 또각거리며 숙명여대에 도착했다. 면접대기실에 간 순간 생각보다 지원자가 굉장히 많아서 당황했으며 자신감을 잃었다. 하지만 떨어지더라도 내가 왜 이 학과에서 공부를 하고 싶은지 생각하자는 마음을 갖고 면접 자리에 가게 되었다. (*면접에 들어가기 전 4~5명씩 다른 대기실에서 미리 영어 지문을 2개 주고 일정 시간 동안 볼 수 있게 해준다. 이때 최대한 어떤 흐름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면접시험은 제공된 지문 두 개중 교수님이 랜덤으로 선택하시는 지문을 해석하게 된다.) 운이 좋게도 내가 걸린 지문은 뇌(Brain)에 관련된 지문이었는데, 사실 치료사로 일하며 이 분야를 종종 공부했기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조금 더 편안하게 면접에 임할 수 있ᄋᅠᆻ다. 해석 이후에는 지원동기를 말했고 이러한 지원동기에 대해 교수님이 잘 들어주시던 모습에 마음이 차분해졌다.
[ 설레는 대학원 생활 ]
대학원 면접에 당연히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기대 없이 합격자 발표 링크를 클릭한 순간, 합격이라니! 사실 믿기지 않아 학교에 전화해서 한 번 더 확인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면접 때 나의 능력보다는 지금까지 내가 치료사로서 살아온 시간과 앞으로의 다짐을 크게 봐주시고 뽑아주신 것 같다. 현재는 코로나 확진자가 급등하며 과목에 따라 줌이나 온라인수업으로 하고 있어 아쉬움이 있지만 이를 통해 만나는 대학원 동기들과 교수님들이 굉장히 열정적이고 따뜻한 분들인 것 같아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또 수업뿐만이 아니라 종종 열리는 특강도 있어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직장과 병행하고 있어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고 있지만 지금 이 시기가 내 인생에 매우 소중한 조각이 될거라 생각한다.